Opinion & Column

박상용 검사 사태에 대하여 정유미 검사장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

dalmasian 2026. 4. 7. 20:36

(퍼온 글, 정유미)
박상용 검사 사태에 대하여 정유미 검사장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공유합니다. 이 글을 읽고 가슴이(적어도 얼굴이라도!) 뜨거워지는 검사들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검사의 자부심이 1%라도 남아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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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 패는 옆집 남자에게 몽둥이 쥐어주는 아비>

​옆집 남자들이 몰려와 억울하다고 울부짖는 아이를 두들겨 팬다. 몇날 며칠을 패도 아비라는 자는 방구석에 처박혀 뭘 하는지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더니, 어느 순간 슬쩍 나와 아이를 패고 있는 남자의 손에 몽둥이를 쥐어주고 다시 집 안으로 사라져 갔다.

이 아비는 대체 뭘까.

​정치권에서는 대북송금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조작되었다며 검사 하나를 두들겨 패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평검사 한 명이 감당해 내기에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닌듯 싶다. 선배라고 여기기도 싫은 검찰 출신의 어떤 이는, 국회에서 방송을 통해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 검사가 '술 먹고 벽에 x칠 했다'고 자극적인 소리를 늘어놓더니,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는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사과 한마디 없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검사가 국회에 끌려 나가 자신이 수사했던 형사사건 피고인과 함께 앉아, 마치 피고인은 의인이고 검사가 죄인인 듯 취급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그 동안 검찰조직이 공격받은 적은 꽤나 있었으나, 사실상 방어력이 없는 평검사 개인에게 이처럼 집단 린치가 가해진 적이 역사상 있었나 싶다. 분통터지게도 그 동안 검찰조직은 검사를 전혀 보호해 주지 않았다. 그 검사가 원해서 맡은 사건도 아니고, 본인에게 배당된 사건을 그저 성실하게 했을 뿐인데, 수사 책임자도 아니고 층층이 부장, 차장, 검사장, 대검 반부패부장, 검찰총장을 머리 위에 이고 평검사로서 본인의 몫을 감당했을 뿐인데, 혼자서 사냥감이 되어 몰이를 당하고 있는 중이다.

​진행 중인 수사나 공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는 삼권분립을 해하여 위헌적이고, 국정조사나 감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적인 제한을 가하고 있는 국정조사 및 감사에 관한 법률 제8조를 정면으로 위배하여 위법하다. 이런 이유로, 박상용 검사는 국정조사의 위헌, 위법성을 지적하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하였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안다.

​국정조사장에 대검 차장과 많은 검사장들이 참석했다.
아마도 기획검사와 비서관, 수행직원들을 대동하고 관용차를 타고 갔겠지. 기획검사가 만들어준 문건들을 뒤적거리며 외우면서도 갔을 것이다. 그에 반해 박상용 검사는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출석했을 것이다.
국정조사장에서 마주쳤다면, 대검차장과 검사장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 불쌍한 놈, 오늘도 가루가 되도록 까이겠구나, 내가 저 입장이 아니라서 너무나 다행이다' 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이윽고, 모두가 우르르 일어나 한 손을 들고 착한 아이처럼 선서하는 와중에, 검사 혼자 선서하지 않겠다고 버티며 그 이유를 소명하게 해달라고 외치다가 마이크를 빼앗기고 아수라장이 된 회의장 안에서, 대검 차장과 검사장들은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대충 숙여주고 넘어가지 왜 분란을 일으키냐'고 짜증을 냈을까. 한심하다 생각했을까. 혹은 부지불식간에 권력에 수그리고 있는 자신들에게 부끄러움을 느꼈을까. 아니면 동료가 모욕당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을까.

그간, 동료들에게 막연한 믿음을 잃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앞의 두 질문은 내가 고를 만한 선택지가 아니었지만, 결정적으로, 어제 나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잃고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배신감을 얻게 되었다.

어제, 검찰총장 대행의 요청으로 법무부장관이 박상용 검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비워든 뭐든,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도 없이 그저 정치권과 박상용 검사 간의 진실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중인데, 억울하다고 울부짖는 아이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오히려 아이를 쥐어 패는 옆집 남자에게 몽둥이를 쥐어 주는 꼴이라니. 슬프지만 내가 이십 여 년 몸담아 왔던 조직이 이 모양이 되었다. 말 잘 듣고 착한(?) 총장 대행 두어 명이 왔다 가는 동안, 순식간에 영혼도 가오도 줏대도 원칙도 없는 조직이 되어버렸다.

이 마음을 어떻게 가누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
참담하고 부끄러워 망연자실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