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 원전 공급망 확충 계기로 여겨야

dalmasian 2026. 4. 11. 23:09

[전문가 칼럼] 2026.04.07.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라 에너지 위기가 왔다. 곧 닥쳐올 일들은 더 큰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석유의 70%가 중동산이고 대부분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정부 당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석유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면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석유를 구하고 석탄 등의 다른 에너지원을 확대해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변 사태에 대한 대응책은 에너지 정책에 반영돼 있어야 한다. 하나의 에너지원이 부족해지면 다른 에너지원을 통해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분의 전력 설비가 필요하고 더 설치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한동안 우리의 전력 정책은 예비율을 줄이는 정책이었다. 왜 그랬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호르무즈 사태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유럽 국가는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리 경험했다. 그 결과 많은 나라들이 원자력발전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반원전 정서가 심했고 탈원전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원전을 불법으로 금지한 나라도 있다. 그런데 지금 해당 국가의 대부분은 원전으로 돌아섰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원전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기존에 원전을 운영하던 체코 등도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독일은 인접 국가의 원전 건설에 투자하고 전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덴마크와 같은 국가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방법 등 우회적 방법으로 원전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원전은 한국이 지어야 한다. 한국이 짓지 않더라도 부품과 기술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한국이 제일 잘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면서 건설 관리와 부품 공급망을 건강하게 유지했다.

또한 국내 원전 비중은 더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낮은 전기 가격을 유지할 수 있고 에너지 위기에도 덜 흔들리게 된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2기와 SMR 건설이 반영되어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 전력수요 규모와 비교한다면 턱없이 낮은 숫자이다.

에너지원별 비율을 결정하는 전통적인 방식인 부하추종 곡선과 스크리닝 곡선을 중첩하는 방식으로 보면 원전 비중은 50% 이상이 돼야 했다. 그게 수학적으로, 경제적으로 가장 국민에게 좋은 비중이다. 지금은 그것을 어떤 이유에선지 정책적으로 막아놓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시장의 순리를 따라가며 수립하기 바란다.

이 외에도 원전 수출을 통해서 국부를 쌓고 국가의 영향력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원전을 수주만 해온다고 해서 원전이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감당할 만한 공급 기반과 숙련된 인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 부품 공급망은 매년 한 기 또는 두 기 정도의 국내건설을 할 수 있는 정도로 맞춰 있다. 국산화도 95%로 정지되어 있다. 조금씩 사용하는 부품은 공장을 짓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건설이 늘고 원전 수출이 증가한다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전 부품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SMR 개발자가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다. 이들은 설계도만 있고 공장이 없다. 도면대로 제작해 줄 공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창원에 있는 원전 관련 공장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폭발하면 감당할 수 없다.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는 자가 위험을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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